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생각, 이렇고 저런

가라앉아있을 뿐, 분명히 있다.

by 드투 2022. 8. 1.

교직에 오래 몸 담았다가 정년퇴직을 3년 앞둔 선배가 한 분 있습니다.

나날이 무례해지는 학생들에게 많이 지친 듯 했습니다. 명예퇴직 생각도 하고 있었지만 주변 동료들이 만류했다더군요. 퇴직하고나면 할 일이 없어 멍해질 뿐이니 최대한 오래 남으라, 고 말이죠. 60 평생을 쳇바퀴처럼 그렇게 돌다보면 열정이라는 것은 깊이 깊이 침잠되어 쉽게 다시 건져올리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. 하지만 가라앉아있을 뿐. 어디가에는 분명히 있다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.

 

문득 얼마전에 읽었떤 말로 모건의 <무탄트 메세지> 라는 책이 떠올랐습니다. 

이 책은 모든 것을 자연에 맡기고 살아가는 <참부족> 이라는 호주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입니다.

문명과의 접점은 어디에도 없으며 음식도 마실 물도, 오로지 주어진대로, 때로는 내면의 끌림대로 따라가며 찾아내 해결합니다. 현대엔에게 이런 능력이 있었다면 아마 신통력으로 불리웠을 것 같습니다. 샘솟는 창의력과 감사하는 마음, 그리고 열정이 그들의 삶을 풍족하게 해줍니다. 즉슨, 우리는 모두 이런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지만 그것을 제대로 발휘도 하지 못할 정도로 현재 문명에 찌들어있으니 어서 회복하고자 해야한다, 뭐 이런 내용이었습니다.

 

 

 

 

저 또한, 예전 오지에 머물며 문명과 잠시 멀어졌던 때, 마치 어린이와도 같이 세상의 모든 것이 새삼 재미있게 느껴졌으며 서툰 발명가나  어린 예술가처럼 소박한 창의력이 시시때떄로 고개를 내밀어 내심 반갑고 또 놀라웠던 경험이 있습니다.속으로 곪아들어가는 이 생활을 멈추고 충분히 치유한다면 나는 훨씬 더 풍부한 사람이 될 수 있겠구나, 라고 생각했었지요. 

 

진정한 나 자신을 찾는 것은 당연히 한시라도 빠를 수록 좋은 것이겠지요.

깊이 가라앉아있는 열정을 다시 건져올리는 일도 더 늦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 좋겠지요.

하지만 대비없이 무턱대고 뛰어들 용기는 없어 좀 더 논리적이고 계산적으로 해나가려 합니다.

그것이 지금은 가라앉아 있을 뿐. 어딘가에는 분명히 있을 저의 열정을 위한 최소한의 예우라고 생각합니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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